일과기록2016. 5. 15. 21:47

1.


매일 아침 충동적인 욕망 속에 갈등한다. 당장 일어나 조금이라도 길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낼 것인가, 무의미한 웹서핑에 시간을 보낼 것인가. 늘 전자를 선택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덧 고민하는 사이 나는 이미 후자의 아침을 보낸다.   



위 문장을 쓰고 난 뒤 어느덧 번역투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나름의 묘미가 있다. 때론 굳이 번역투를 기피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글쓰기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미안합니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책임한 태도로 마치 제 행동을 책임지는 양. 역겨웠던 그 한 마디가. 






2.

키보드를 바꾼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다. 타닥타닥 들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그리 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청축으로 샀는데, 살짝만 눌러도 아주 입력이 잘 된다. 적축은 구름타법을 쓰는 사람들에게 적절하다는데, 살짝 닿기만해도 충분한 건가? 그럼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음, 내 생각에는 그렇다. 



사실 사람에게 오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해내는 과정에 동원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감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끔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 너는 좋은 도구를 쓰지마. 나는 쓸 거니까 이새기야.



마음에 드는 필기구를 쥐면 순간 나는 그 감촉에 온몸이 들썩인다. 이 책도 펴고, 저 책도 펴서, 이 문장도, 저 문장도, 옮겨적어야지. 빠르게 쓰면 건실한 느낌을 살릴 수 없어. 그러니 천천히 공들여 써야지-   그 뒷면에 커피 자국이 선명히 남았더라도.



마찬가지로 나를 들뜨게 만드는 키보드는 글을 쓰고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네 손이 있어야 할 위치는 바로 여기일텐데!!!!!!!!!!!!!!!!!!!!!!!!! 하고 무형의 힘에 복종하는 느낌. 네네, 손을 여기 얹을게요. 그런데 뭘 쓰죠? 그건 나도 몰라 이새기야.




3.

영어공부는 생각보다 재밌다. 시험공부는 정말 재미 없지만, 그냥 영어라는 언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은 꽤 재밌는 일이다. - 이 문장을 쓰고 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에 흥미를 느낀 적이 있는가 과거를 더듬어 보았는데 - 나는 한자도, 일본어도, 영어도, 프랑스어도, 모오두 흥미를 느꼈으나 한국식 시험 공부에 질려서 그대로 손을 놓아버렸다. 



그럼에도 욕망을 버리진 못해서 집엔 한자공부책, 독일어 공부책, 프랑스어 공부책, 영어 공부책이 모두 남아있다. 뭐, 또 짬짬이 보겠지.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하지 않느냐는데, 막상 꽂힌 책이 눈에 들어오면 다시금 펴보는 게 사람 심리다. 그러니까 닥치고 니 일이나 알아서 해, 이새기야.




4.

피로와 싸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건강해질 수 없다. 하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기나한가. 

Posted by WorldwithWy